04 끝없는 설원

 




당신은 소한과 한동안 아무런 말 없이
걷고 또 걷습니다.
발 밑이 푹푹 파이는 눈 때문에
걷는 게 쉽지 않네요.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해는 점점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고
안 그래도 춥던 기온이 극강하하기 시작합니다.
라비헨:
기준치:45/22/9
굴림:66
판정결과:실패
발걸음이 점점 비틀거리기 시작합니다.
발바닥으로 올라오는 냉기가 점점 더 심해지며
종아리까지 굳어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산등성이를 넘어 새까만 우주로 등을 돌리고
당신은 그럼에도 소한과 이어진 밧줄을 꼭 쥔 채로
고단한 발걸음을 이어나갑니다.
슬슬 앞이 잘 보이지 않아지려는 찰나...
직- 지익-
끄는 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들려옵니다.
이번에는 소한도 소리를 들은 것인지
발걸음을 뚝 멈춥니다.
소한:... (천천히 뒤를 돌아보며) 짐 내려놓고 밧줄 풀어.
라비헨:(조용히 끄덕이며 짐을 내려놓고 밧줄을 푼다)
도망치기엔 너무나 가까운 거리입니다.
어쩔 수 없겠죠, 움직이는 개체가 아니면
아무리 청력이 뛰어나다 해도 접근을 알 수 없으니.
소한은 당신을 따라 천천히 짐을 내려놓고
안에서 도끼를 꺼내 바닥에 던진 뒤,
새까만 총을 꺼내 어깨에 맵니다.
지독한 침묵을 찢고 들려오는 기괴한 마찰음이
점차적으로 가까워집니다.
저녁 직후인지라 시야는 제대로 확보되지 않습니다.
서늘한 살기가 폭풍전야처럼 가라앉습니다.
설원 위로 드리워진 바위 그림자 너머에서,
푸르스름한 안개를 두른 그것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다행히 소형 개체입니다.
얼어붙은 살점과 기괴하게 뒤틀린 뼈대만이 남은 빙식체가
기괴한 각도로 목을 꺾으며 당신들을 응시합니다.
소한:(각기 다른 방향에서 질질 끌리는 소리를 들으며) ...두 마리. 맞지?
라비헨:(꿀꺽-) 그래...
소한:싸울 수 있어?
라비헨:하하... 싸울 수 없는 상태여도 싸워야지. 당연한 소리를.
소한:그건 그렇지. (총신을 고쳐 쥔다)
공격순서: 소한 > 빙식체1 > 빙식체2 > 라비헨
소한:(총을 장전하고 눈을 부릅뜬 채로, 어둠 속을 가르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총을 크게 한 방 쏜다)
사격(머스킷)
기준치:70/35/14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12
빙식체 1:
회피
기준치:25/12/5
굴림:52
판정결과:실패
소한이 총을 쏘자마자, 끼긱거리는 굉음이 울리더니
털썩, 무언가 눈밭에 주저앉는 소리가 들립니다.
명중입니다.
제법 감이 좋네요.
라비헨:(눈을 크게 뜨며 쓰러진 빙식체를 보고, 소한에게 시선을 돌린다) '이녀석... 괴물인가? 한번에 다섯 마리 잡았다고 했을 땐 허세부린다 싶었는데.'
빙식체 2:(눈밭 위를 탁탁탁 굴러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달려든다) 키에엑!
할퀴기
기준치:25/12/5
굴림:83
판정결과:실패
피해:1
빙식체의 날카롭게 뻗은 거친 손톱이
소한의 옆을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갑니다.
똑같은 개체가 이미 쓰러져서일까요.
사리분별을 못하는 듯 싶군요.
라비헨:
파이프
기준치:45/22/9
굴림:53
판정결과:실패
피해:2
당신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빙식체의 빈틈을 포착하고는
어느샌가 손에 쥔 파이프를 휘두릅니다.
그러나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탓일까요.
당신의 파이프는 빙식체를 깔끔하게 스쳐지나갑니다.
공격순서: 소한 > 빙식체2 > 라비헨
소한:(잠시 탄환 수를 고민하다가, 다시금 자세를 취하고 바로 옆에서 쏜다)
사격(머스킷)
기준치:70/35/14
굴림:4603
+2:극단적 성공
+1:극단적 성공
  0:극단적 성공
-1:보통 성공
-2:보통 성공
피해:9
빙식체 2:
회피
기준치:25/12/5
굴림:43
판정결과:실패
탕-!
엄청난 사격 굉음에 귀가 찢어질 듯 울리기 무섭게
두 번째 빙식체가 탄환을 맞고 옆으로 풀썩 쓰러집니다.
정말이지 전투가 순식간에 끝났네요.
로만과 함께 싸울 때는 하나여도 벅찼는데...
새삼 옆의 소한이 다시 보입니다.
괜한 패기를 부린 건 아니었군요.
소한:(총을 다시금 내려두며,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줍는다) 다친 곳 없지?
라비헨:(멍-) 어어... 없어.
... 잘 싸우네.
소한:이 정도는 해야지. 살아남으려면.
라비헨:'나랑 같이 다니는 의미가 있긴 한 건가?'
소한:(주변을 둘러보다가 인근에 큰 나무가 선 곳을 바라보며) 해도 졌으니 야영하자. 쉼터를 찾기엔 무리야.
라비헨:그래... 주변에 더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소한:(저녁은 육포로 때워야겠네... 도끼를 다시금 배낭에 넣고는 우뚝 선 나무 하나를 바라보며) 저 근처에 굴을 팔 테니까 주변 경계를 해줘.
라비헨:(딱히 불만하지 않고 얌전히 끄덕인다.) 알았어. '전투가 이렇게 빨리 끝날 수 있나? 진짜 뭐하는 놈이지?'
소한의 뒷모습이 거대한 침엽수 아래로 사라지며,
당신의 시야에는 다시금 끝을 알 수 없는 설원의 정막만이 남습니다.
방금까지 끔찍한 괴물들이 울부짖던 장소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주변은 금세 시리도록 고요해졌군요.
당신은 차가운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주변을 천천히 훑어보지만,
설원은 기분 나쁠 정도로 평온합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 뭉치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조차
천둥처럼 크게 들릴 만큼 예민해진 청각을 곤두세웁니다.
멀리서 소한이 야영용 굴을 파기 위해 단단한 설면을 찍어내리는 둔탁한 소리만이
당신의 존재를 일깨웁니다.
당신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경계를 서고 있으면,
곧 나무 밑동 근처에서 땀방울을 훔치며 나오는 소한이 보입니다.
그는 성큼성큼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미는군요.
슬슬 말하지 않아도 알 법합니다.
당신은 어깨에 실려 있던 묵직한 배낭을 건넵니다.
소한은 당신의 배낭을 낚아채듯 받아들고는
어제처럼 파놓은 반원형의 눈굴 안으로 몸을 밀어넣고
탁, 탁, 철사 맞물리는 소리를 내며
야영지를 만듭니다.
당신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소한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를 듣습니다.
안은 시꺼먼 어둠이 내려앉아 밖보다 어둡네요.
소한:(구덩이 밖으로 몸을 내밀며) 다 됐어. 들어와.
라비헨:... '사실은 좋은 놈인가?' 그래.
당신은 조심스럽게 구덩이로 몸을 던지고
어제보다는 익숙하게 굴 속에 몸을 누입니다.
곧 소한이 눈을 얼굴에 문질러 차가운 세안을 마치고는
텐트 안 좁은 공간으로 들어서서 가죽 덮개로 외부 공기를 차단합니다.
어쩐지... 어제보다 아늑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곧 그가 몸을 편히 눕히고 나면, 좁은 공간은
조금씩 온기가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품 속에 든 홍심석은 여전히 발열하며
내부의 공기를 덥힙니다.
소한:(모포를 끌어와 함께 덮으며) 오늘 밤은 어제보다 추울 거야. 잘 덮고.
라비헨:...고,마워.
'진짜 이상한 놈...' (몸을 소한의 반대 방향으로 돌려 눕는다)
소한:(별 말 없이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