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깨진 유리 온실
언제 잠이 들었던 걸까요.
열이 끓는 소한을 따뜻하게 해준다고 함께 누워있다가
언제 깜빡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눈을 떠서 옆 자리를 바라보면
그곳엔 모포 자락만 남아 있네요.
소한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나봅니다.
밖에 타닥, 타닥 모닥불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바로 근처에 있긴 한 모양이네요.

(등에 소름이 바짝 끼쳐서 다급하게 굴 밖으로 기어나온다) 소한?!
당신이 급히 굴의 가죽 덮개를 밀고 나오며
이름을 부르면 모닥불 앞에 앉아 있던 소한은
비교적 차분해진 표정으로 당신을 돌아봅니다.
뒤늦게 코끝으로 마른 겨울의 냄새와
살짝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지방질 냄새가 납니다.



와서 앉아, 밥 먹어야지. 자느라 계속 굶었잖아.


너도 참...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툭툭 두드린다)

(다시 굴로 들어가 겉옷을 챙겨 입고는 네 옆에 앉는다)
소한은 당신이 급히 겉옷을 챙겨입고 나오자
별뜻 없는 손길로 당신의 겉옷을 마저 여며줍니다.
그리고는 다시 요리를 하는 데에 집중하네요.
무얼 만들고 있나, 확인해보면
작게 다져진 붉은 살코기가 말린 허브와 섞여
기름에 튀겨지듯이 구워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나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몰라. 죽었으려나. (모닥불만 응시하며 고기를 계속 볶는다)

약하지도...!
...
(외면...) 총 든 놈이랑 칼 든 놈이랑 같아?
넌 키도 너무 크고...

넌 더 먹고 더 크기나 해.
그래야 나도 마음 놓고 일 맡기지.

네가 과할 정도로 큰 거라니까.











그래, 접시 담아줄게. (옆에 꺼내뒀던 그릇에 잘 볶은 고기를 반씩 담고는, 수저를 꽂아 네게 건넨다)



(냠냠 먹다가 혀로 입맛을 다시고는) ...? 뭐 해?
안 먹어?


뭘 구경해.
내가 밥 먹는 걸 구경한다는 거야?








흐... (물병을 받아 마시고는 입술을 훔친다) 뭔 소리야?
















그리고 귀엽게 굴은 적도 없어.




너 어제부터 좀 이상해.
아니? 많이 이상해.

진짜 내 머리가 맛이 간 건가? (툭 손을 뻗어 네 턱을 쥐고는 좌우로 돌려본다)



너 또 열받게 하려는 거지?
애새끼니 작느니 하는 거 못하니까.

네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지.

절대로.




진짜 확 돌아버린 거면 말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찾아보는 수밖에.








(밥을 다 먹고는 그릇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걱정하는 투로) 소한... 너무 미치지 마...
내가 있잖아...

게다가 고열도 아니었다고.

아직 후유증이 남은 것처럼 보여.
그게 아니면 갑자기 귀엽다고 박박 우길 이유가 없잖아...
(가식적으로 눈가를 훔치며) 하아- 가엾은 소한...

내가 뇌에 이상이 생겨서 널 귀엽게 보는 게 아니거든?

귀엽다는 건 객관적인 사실이 될 수 없어. 상대적인 거라고.
그리고 난 객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안 귀여워.

그럼 답이 도출이 안 되는데.

열 때문에 확 돌아버린 게 분명하다고.
후유증이 남은 거야...








에휴...
(그릇을 내려놓고 네 앞으로 다가가 눈높이를 맞춘다. 손바닥으로 네 이마 온도를 확인하며) 진짜 열 없는 거 맞아?

근데, 뭐 귀여워 보이면 어쨌든 좋은 거 아닌가?

너한테?


역시 열이 있는 것 같다, 너.
아직 몸 속 깊은 곳에 열이 남아있는 게 분명해.







난 솔직하니까 내가 사실대로 얘기해준 첫 사람인 거지. (온갖 추측)






너도 그 과잖아. (진짜로 그렇게 생각함)

'이게 드디어 미쳤나...?'


하아- 건강해졌으면 됐어.
머리가 이상해진 건 차차 생각해보자고.


얼른 먹고 마저 앞으로 가자...




...그런 게 있을 리가요.
상처 치유용 약초도 귀한 이 판국에
있을 리가 없지요.

'키 다 큰 성인 남성을 보고 귀엽다고 우기는 걸 보면 진짜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아...'
뭐,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미 벌어진 일인 것을.
아무리 180도 돌아간 무언가를 한 번 더 돌리면
360도가 된다고 해도 사람한테 적용은 안 되겠죠.

당신이 복잡한 심경으로 물건을 배낭에 꼭꼭 챙겨넣으면
밖에서는 소한이 채비를 하는 달그락 소리와 발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립니다.
일단 복잡한 마음은 뒤로 하고
여행에 대한 걱정이나 합시다.
소한이 뭐가 어떻게 되었든
생존보다 중요한 건 없는 빙하기니까요.
.
.
.
밖으로 나오자, 소한은 이미 정리를 마치고 설원 위에 우뚝 서 있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는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어디 아픈 놈이라는 생각 때문일까요, 좀 측은해 보입니다.




두 사람은 다시 끝없는 백색의 평원을 가로지릅니다.
소한은 평소처럼 묵묵히 앞장섭니다.
당신은 그 뒷모습을 보며 '밧줄 잘 묶는 걸 보면 인지 능력은 멀쩡한 것 같은데...'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죠.
하지만 설원의 날씨는 고민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지평선 너머로 검은 구름은 또 다시 몰려오고 있으니까요.
몸집을 불리는 검은 구름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저 구름이 머리 위를 덮는 순간,
단순한 눈발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화이트아웃(White-out)으로
다시금 변하겠죠.
벌써부터 이가 달달 떨리는 것 같습니다.
이 가혹한 환경에서 시커먼 구름이란
그 자체로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악천후니까요
발이 푹푹 빠지는 설원을 밟는 걸음마다
미미하게 눈송이들이 부츠 안쪽으로 파고들며
피부를 강렬하게 깎아냅니다.
그렇게 잠시 걷고 있었을까,
검은 구름이 정수리를 가득 메우며 굵은 눈발을 흘리기 시작할 때,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68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소한이 잠시 설경을 가만 바라보더니
이윽고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킵니다.
눈이 부옇게 번지는 사이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비칩니다.
어떤, 건물의 형태 같은데
반짝거림만 간헐적으로 비출 뿐
눈에 쌓여 자세히는 보이지 않네요.

유리 온실 딸린 별장인 것 같네.



어쩐지 묘한 기분에 입술을 씰룩이며 걸음을 재촉하면
두 사람이 눈을 헤치고 도착한 곳은 과거 귀족의 별장이었을 법한
고풍스러운 별장 저택의 잔해입니다.
지붕은 반쯤 무너져 내렸고, 둥근 아치형의 유리 온실은
군데군데 유리가 깨진 채 내부를 드러내고 있네요.
그럼에도 안으로 들어서자 찬바람이 조금 잦아들 정도는 됩니다.
깨진 유리 파편들이 발밑에서 '작작' 소리를 내며 부서집니다.
내부를 둘러보면 각종 화려한 꽃들이 만발했다가
얼음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마치 투명한 조각품을 늘어둔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넌 안 좋아해? '보나마나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데.'






넌 효율적인 거 좋아하잖아.
예쁘기만 하고 쓸모 없다고 생각할 줄 알았지.

뭐, 예뻐도 쓸모는 없지. 그건 인정해야지.



난 보기만 해도 좋던데. 향도 좋잖아.




선물이구나.




꽃은 보통 특별한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고.






... (슬쩍) 난 꺾을 사람은 아니지. 꺾으면 금방 시들어버리잖아.





실질적으로 겉보기에 다를 것도 없고.

... (옅게 미소지은 채 꽃 줄기를 돌려가며 천천히 감상하다 소중하게 두 손으로 잡는다) 고마워, 소한.
꽃을 선물한 적은 있어도 받은 적은 처음이야.














예를 들면?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88 |
| 판정결과: | 실패 |
눈보라가 유리 천장을 갈갈 긁어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이 멍하니 소한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빠질 찰나,
'챙강-! 콰아앙-!'
굉음과 함께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이 얼떨떨하게 소한에 의해 뒤로 밀쳐지고
반사적으로 눈을 꽉 감으면, 그 잔상 너머로
공중에서 떨어지는 빙식체의 형체가 보입니다.
천장의 철골 프레임에 매달린 채 동면 중이었던 걸까요.
육중한 몸이 천장을 부수며 직하강한 모양입니다.
유리 가루에 소한은 도저히 눈을 뜨지 못한 채 손을 급히 뻗어
총신을 한 손에 쥐고 공격을 막아보려 하지만,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빠각-!
급히 정면으로 꺼내든 총은 공격을 가까스로 받아낸 뒤
절반으로 두동강나고 맙니다.
빙식체가 앞발을 낫처럼 휘두리며, 곧장 공격을 시작합니다.
좁은 온실 안인지라 활동하기가 여의치 않네요.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소한의 총에서 뜯겨나온 금속 파편이 바닥을 구르고
소한의 손등은 찢긴 금속에 의해 붉은 선이 지익 터집니다.

| 기준치: | 53/26/10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급박하게 벌어진 상황에 튄 혈흔을
신경쓸 겨를 없이 무기를 쥐어듭니다.
지금은 공포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니까요.
빙식체는 소한과 너무 근접한 상태입니다.
일반 빙식체인지라 처치가 힘들 것 같지는 않지만
소한은 총이 부러졌다는 사실에 놀랐는지 잠시 머뭇거리네요.
이곳에서 석궁을 쏘면 잘못하다간 소한이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공격순서: 라비헨 > 빙식체 > 소한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2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피해: | 5 |

| 기준치: | 25/12/5 |
| 굴림: | 78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쏜 화살은 좁은 온실을 삭 뚫고 지나가
빙식체의 어깨에 콱 박힙니다.
그러나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인지
움직임이 둔화되지는 않는군요.
빙식체는 부상을 당했건 말건 소한을 향해 단번에 날카로운 팔뚝을 위로 치켜올립니다.

| 기준치: | 25/12/5 |
| 굴림: | 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1 |

| 기준치: | 30/15/6 |
| 굴림: | 96 |
| 판정결과: | 대실패 |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소한의 목선에서
일순간 붉은 혈흔이 짝 솟구칩니다.

| 기준치: | 53/26/10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시야가 잠시 흔들렸다가 멈춥니다.
모든 장면이 슬로우모션처럼 건너가지만
뺨을 거칠게 때리는 눈보라의 냉기 때문인지
감각은 더 예리해집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5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피해: | 5 |

| 기준치: | 25/12/5 |
| 굴림: | 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러나 상황이 상황이라서일까요.
소한이 비틀거리며 내지른 공격을
빙식체는 손쉽게 회피해버리고 맙니다.
공격순서: 소한 > 라비헨 > 빙식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15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피해: | 7 |

| 기준치: | 25/12/5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퍽-!
소한의 도끼가 거칠게 달려들기 무섭게
공격 범위에 그대로 노출된 빙식체의 가슴팍이
도끼날에 팍 찔리며 잘려나갑니다.
소한의 일격으로 빙식체의 가중심이 무너지고
괴물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온실의 화단 위로 볼품없이 처박힙니다.



하씨... 왜 위에서 튀어나오고 지랄이람.



당신은 소한에게 황급히 다가가 환부를 숨기려는
그의 손을 잡아채 슬며시 떼어봅니다.
울컥,
소한이 손을 떼어내자마자 새빨간 피가
막힌 강둑 터지듯이 왈칵 터져나옵니다.

| 기준치: | 53/26/10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기준치: | 30/15/6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황급히 배낭을 닥치는대로 뒤지고
소한이 소지하고 있던 가루형 지혈제를 꺼낸 뒤
옷깃 한쪽에 맥가이버 칼을 대 찌익 찢어냅니다.
그러나 울컥 치솟는 피가 손바닥을 가득 적시는 감각에
손끝이 오갈데 없이 자꾸만 그대로 정지합니다.

밖에 망 좀 봐줘. 괴물이 또 올 수도 있으니까.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도움이 되질 못해 잠시 입을 다물었다 뗀다) 알았어.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63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짙은 피비린내를 맡으며 한 걸음 물러섭니다.
소한은 이따금 통증으로 얼굴을 찌푸리면서
천천히 지혈제를 뿌리고, 천을 쥔 채 목에 감으려 애씁니다.
그러나 어깨가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더 크게 번져서일까요.
좀처럼 제대로 감아내지를 못하네요.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8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떨리는 손가락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소한의 목덜미에서 솟구치는 붉은 박동이 손등에 뜨겁게 닿을 때마다 심장이 덜컥거리지만,
지혈이 늦어지면 그의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당신을 각성시킵니다.
주변의 소음이 소거되고, 오직 소한의 거친 숨소리와
피가 배어 나오는 상처 부위만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당신의 손은 방금까지 떨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계적이고 정교하게 움직입니다.
지혈제가 상처 깊숙이 스며들도록 정확한 압박점을 찾아 누른 뒤,
천을 당겨 매듭을 짓자 왈칵 솟던 피의 양은 어느새 줄고
비릿하던 피 냄새도 눈 냄새에 슬며시 지워지기 시작합니다.

(잠시 시선이 어두워지며) 이대로 행군 계속할 수 있으려나. ...총까지 부서져서는.

지도 상에서 제일 가까운 마을은 없어...?

내 고향이 이 근처긴 해. 사흘 정도.
(사실 황폐화된 모습을 본 뒤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 총은... 거기 내 다른 수렵용 총기도 있으니까, 그중에서 하나 고르면 될거야.

사흘이면 정말 운이 좋지 않는 이상은 괴물을 마주치지 않긴 어렵겠네. 그놈들이 무식해서 소리를 꽥꽥 내주길 비는 수밖에.
... 만약 가는 도중에 이번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나면, 나를 앞에 세워. 피하는 데에는 자신 있으니까.




그리고 많이 말하지 마. 상처 벌어지니까.
평소처럼 조용히 해.


... 오늘은 내가 식사 준비할게. 넌 좀 쉬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무게 비울 겸 만찬이라도 차려야겠네. 환자를 위한 특식이라 생각해.




... 잠깐.
(발걸음을 옮기려다 다시 네 뺨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돌려가며 요리조리 살핀다) 근데 너, 눈은 괜찮은 거야? 얼굴은?
아까 저 놈이 떨어졌을 때 유리조각 나 대신 다 맞았잖아.


총은 어쩔 수 없지. 안에 장전했던 탄환이라도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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