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질투는 나의 힘

  




당신과 소한은 겹겹이 껴입은 방한복을 여미며 눈밭을 헤칩니다.
풍차가 돌아가던 곡창 지대를 지나 남하한 지 닷새 째입니다.
눌러쓴 모자와 코트 깃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서걱거리는 소리가 나네요.
당신의 앞에서 걷는 소한은 주변을 무뚝뚝히 둘러보고 나침반을 확인하며
당신에게 조용히 길을 안내합니다.
어느 순간 손목이 아니라 허리춤에 매인 밧줄이 달랑거리는 모양새가
어쩐지 우스우면서도 묘하네요...
당신이 풍차가 있던 집에서 찾아낸 밧줄이 꽤 길었어서인지
조금 가까이 붙어 있는 이 상황에서는 밧줄 중앙이 땅에 끌리기 일보직전입니다.
소한:(주변 지형을 한 번 더 살펴보고, 지도를 들여다보며) 상업 도시 지구가 멀지 않았어. 지금 건물 상태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거기 가면 이제 보리죽(...)은 그만 먹어도 될 거야.
라비헨:도시는 무슨 차이가 있는데?
소한:규모도 크고, 온 물자들이 모이던 곳이라 구할 게 많을 거야. 너 좋아하는 술도 제법 많을걸.
라비헨:(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몸까지 튀어나간다) 술?!
소한:(끄덕) 술.
라비헨:그럼 빨리 가야지! (방향도 모르면서 소한보다 앞장선다)
소한:... 라비. 술 얘기 듣더니 눈이 반짝인다. 서두르면 다쳐. (쪼르르)
라비헨:그치만 안 마신지 너무 오래됐단 말야.
세상엔 술이 엄-청 다양하니까 도시에 가면 술도 다양하게 맛 볼 수 있겠지?!
소한:... 술꾼이야, 진짜. 술 찾으면 또 취할 때까지 마실 거지, 너?
라비헨:아니거든? 금방 취하면 맛도 까먹잖아.
그건 절대 안 되지.
소한:(그렇게 말하고서 취기 좋다고 벌컥벌컥 들이킬 것 같은데...;;) ... 본인이 한 말 지킬 수 있어?
라비헨:(생각없음) 당연하지 -!
넌 날 뭘로 보는 거야?
소한:(영 미심쩍지만...) ... 알았어, 믿을게.
한 시간만 더 걸으면 돼. 힘내, 라비.
라비헨:(벌써부터 신이 나서는 척척 앞으로 나아간다) 마시러 출발-!
눈밭을 끄는 밧줄 소리가 이제는 경쾌한 박자처럼 들립니다.
술이라는 단어 하나에 방금 전까지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 당신을 보며,
소한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당신은 밧줄이 팽팽해지다 못해 소한을 뒤에서 끌고 갈 기세로 발을 내딛습니다.
거대한 석조 성문이 가까워질수록, 당신의 머릿속엔 화려한 유리병에 담긴 증류주와 와인들이 가득 찹니다.
이게 얼마만의 술이란 말인가요...!
발걸음이 즐거울 수밖에 없어지는 이유입니다.
도시의 입구인 성문을 통과하면, 눈앞에는 4, 5층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습니다.
비록 온사방에 눈이 가득 쌓여 바로 입구를 들어가진 못하지만
Hiraṇyakośa(도금된 오크통)이나 Vaṇijviśrāma(상인의 안식처) 처럼
선술집임이 분명해보이는 간판들이 달랑거리고 있습니다.
저 멀리 시계탑의 바늘은 6을 가리키며 멈춰 서 있고,
광장의 분수대는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던 형상 그대로
꽝꽝 얼음 조각상이 되어 있네요.
라비헨:(입이 찢어지도록 떡 벌리고 감탄한다) 우와-
여기가 바로 도시구나-
기분 되게 묘하네. 도시 처음 와보는 건데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소한:(천천히 옆으로 다가가서 네 떡 벌어진 턱을 위로 닫아준다) ...오늘 귀족 저택에서 묵자고 할 건 아니지? 아무리 네가 큰 집에서 자는 걸 좋아한다지만.
라비헨:(뜨끔-) 어... 안 돼?
저번에 온천에서 잔 방은 고급스럽긴 했어도 부자가 된 기분은 아니었단 말야. (삐질삐질)
소한:... 너무 크면 추울 텐데, 괜찮겠어?
라비헨:(자신만만하게 주먹 쥔 손을 가슴에 올린다) 난 북부 출신인걸. 그것도 산에서 자란.
내 체온이 얼마나 뜨끈뜨끈한진 너도 잘 알잖아.
(으쓱) 어차피 밤에는 붙어서 잘 거 아냐?
소한:(오랜만에 실내에서 잠들 수 있으니, 꼭 껴안고 이것저것 별짓 다하는 걸 생각한다) 뭐... 그건 그렇지. (조금 더운 것 같기도...)
라비헨:그렇다니까-
흠... (눈을 좁히며) 어느 선술집을 골라야 당첨일까-
넌 어디가 좋아 보여?
나랑은 다르게 술집 가 봤을 거 아냐.
소한:뭐.... (잠시 간판을 확인하고는) 간판에 적힌 글자가 '오크통'이면 숙성된 와인이나 양주가 주력일 테고, 딱히 없다면 증류주나 이것저것 포함하지 않을까.
라비헨: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싶은데- 음~ 와인이나 양주도 궁금하단 말이지.
돈 많은 어르신들이 많이 마실 것 같은 이미지잖아.
소한:하나만 골라... 둘 다 파는 건 체력 비축에 안 좋다고.
라비헨:그럼 양주 마실래!
소한:...알았어, 귀염둥이. 바로 술부터 찾을 거야?
라비헨:...
(슬쩍) 역시 제대로 된 식사는 하고 마셔야겠지?
소한:... (끄덕) 술부터 먹으면 속 버려.
라비헨:(중얼) 왜 술은 주식이 아닌 걸까...
소한:... 주식이면 네가 항시 취해있을 거잖아.
라비헨:내가 정말 술꾼인줄 알아?
맛있는 게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맛있는 것 중에 상위에 있는 게 술일 뿐이라고.
소한:... 난 술이 그렇게 '맛있다'고까진 생각 안 해. 너 혹시 술이 달진 않아? 듣자하니 그게 술꾼의 자질이라던데.
라비헨:달달한 것까진...? 잘 모르겠고, 목넘김이 뜨끈한 게 좋은 건데.
신기하잖아.
소한:(저 뜨끈함이 좋다는 것도 조금 황당하지만, 어쨌든 끼고 살 수밖에 없으니까... 넘어가야겠지) 알았어. 그럼 저쪽 선술집 입구를 팔...
그 순간, 바람 부는 폐허 도시의 정적을 깨고
탕-!
총기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집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괴생명체의 비명 또한 들려오는군요.
광장 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소한:(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미간을 구기고는) ...선객이 있었네. 약탈자는 아니겠지?
라비헨:... 아니길 빌어야지.
라비헨:
Listen Roll
기준치:80/40/16
굴림:84
판정결과:실패
어디선가... 어린 아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울먹이는 걸로 봐선
상황이 좋지 않은 듯하군요.
딱히 나서고 싶진 않지만... 어쩐지 양심이 콕 찔립니다.
라비헨:...어린 아이 울음 소리가 들려.
그저 먹을 걸 찾으러 온 거 아닐까?
소한:... (어린 아이 울음소리에 조금 양심이 찔려오지만, 눈앞의 네가 위험에 처하게 될까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흘겨본다. 그렇다고 혼자 가겠다고 하면 또 기분 나빠할 것 같다고...)
라비헨:(로만과 함께 다녔던 시절이 생각나 초조한 얼굴로 네 옷깃을 붙잡는다)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그래도 가 보면 안될까?
소한:(네가 왜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지, 그게 어린 아이가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서 결국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보자, 그럼.
라비헨:(제 의견을 들어준 게 기쁜 한편으로, 혹시 저게 함정이고 자신 때문에 또 누군가를 위험에 휘말리게 하는 건 아닐까 걱정한다. 애써 웃으며)고마워, 소한.
소한은 당신의 눈에 서린 초조함을 읽어내고는
그저 짐을 내려놓고 무기를 고쳐쥡니다.
그는 효율을 따지기 좋아하는 인간이지만
죽어가는 사람 목소리와 당신의 불안을 외면할 만큼
차갑지는 못하니까요.
당신은 소한을 따라 짐을 내려놓고 무기를 챙긴 뒤
총성이 들린 대광장 쪽으로 몸을 날립니다.
화려한 대리석 기둥들이 무너져 내린 광장 중앙.
그곳에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부서진 역마차 뒤로 피하려다 그대로 잘려나간 사람이 하나 널브러져 있고
어린 아이가 그 옆에서 피가 묻은 채 울고 있습니다.
거대한 빙식체의 앞에는 버거운 듯 겨우 버티고 선 남자가
흔들리는 손끝을 다잡고 총을 조준하고 있습니다.
딱 보아하니 약탈자 무리는 아니겠다 싶습니다.
소한:(쯧, 혀를 차며) 상황이 심각하네. 도와주자.
라비헨:(고개를 끄덕이며 배낭에 있던 석궁을 꺼낸다) 응. 내가 뒤에서 엄호할게.
거대한 빙식체를 막아선 남자는 공포로 손이 떨려
총을 쏴도 맞추지를 못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역마차 옆에 쓰러진 자는 이미 숨이 끊어진 듯 보이고
아이는 그 죽음의 공포에 질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꺽꺽거리며 울고 있네요.
거대한 빙식체 하나가 총을 든 남자를 압박하고 있으며,
주변 골목에서 작은 개체 한 마리가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습니다.
소한:(총을 장전하고 주변을 살피며 평온하게) 라비, 아이 안전을 맡아.
라비헨:맡겨줘! (아이 근처로 달려간다)
석궁의 차가운 금속 제어기가 손가락 끝에 닿습니다.
한기에 노출된 손끝에 감각이 예민하게 살아납니다.
공격순서: 소한 > 라비헨 > 빙식체(대형, 1)
소한:
Spot Hidden Roll
기준치:60/30/12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거대 빙식체의 핵은 이번에 턱 아래에 박혀 있습니다.
맞추기 어려운 위치는 아니로군요.
소한:(가볍게 총구를 조준하고, 약점을 바로 겨냥한다)
사격(머스킷)
기준치:70/35/14
굴림:54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8
대형 빙식체:
회피
기준치:25/12/5
굴림:82
판정결과:실패
광장에 휘몰아치는 눈보라 사이로 소한의 눈동자가 번뜩입니다.
시간이 잠시 느려지는 감각과 함께
거대 빙식체가 포효하며 남성을 향해 앞발을 치켜드는 찰나
탕—!
머스킷의 총구가 불을 뿜으며 거대한 화염과 연기가 광장을 가득 메웁니다.
탄환은 공기를 가르고 정확히 빙식체의 핵에 박혀듭니다.
콰득—!
단단한 얼음이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청백색의 빛이 사방으로 비산합니다.
급소를 찔린 거대 빙식체의 몸뚱이가 급하게 옆으로 기웁니다.
소한의 압도적인 일격에, 당신에게로 다가오던 작은 개체들이 주춤합니다.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던 남자는 갑작스런 지원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당신들을 멍하니 돌아봅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이로군요.
라비헨:'명중이다!' (소한이 맞춘 기세를 이어서, 거대 빙식체를 조준한다)
쇠뇌(석궁)
기준치:60/30/12
굴림:84
판정결과:실패
피해:9
당신은 그에 합류해 거대 빙식체를 향해 석궁을 쏘지만
바람이 거센 탓에 경로가 흔들리고 맙니다.
어쩔 수 없죠.
소한:흠... (균형도 잃었고 공격 의지도 잃었으니 이쪽을 끝내기 위해 이마를 조준하고 쏜다)
사격(머스킷)
기준치:70/35/14
굴림:86
판정결과:실패
피해:13
비틀거리며 흔들리던 거대 빙식체가 몸을 다시금 바로 잡자
탄환이 목표물을 빗겨나갑니다.
남성은 그 장면을 멍하니 보다가 곧
저도 굳게 다짐한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총을 고쳐쥐는군요.
카일:(희망이 보이는 듯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부릅뜨고, 방금 남자가 쏘려 했던 위치를 향해 사격한다)
머스킷 총
기준치:50/25/10
굴림:48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10
탕-!
순식간에 광장에 화약 냄새가 진동합니다.
소한의 사격이 빗나가며 만든 짧은 빈틈,
그리고 다시 중심을 잡으려던 괴수의 노출된 급소.
이름 모를 남자의 머스킷에서 발사된 탄환이 거대 빙식체의 가슴 중앙을
정확하게 꿰뚫고 타격합니다.
곧 관통당한 부위에서 희뿌연 연기를 뱉어낸 거대 빙식체가
옆으로 툭 쓰러집니다.
라비헨:(거대 빙식체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타깃을 바꿔 작은 빙식체를 노린다)
쇠뇌(석궁)
기준치:60/30/12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피해:3
빙식체 1:
회피
기준치:25/12/5
굴림:14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서둘러 조준하고 작은 개체를 쏘았지만
목표물이 당신을 향해 급속히 달려드는 바람에
명중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빙식체 1:(라비헨과 그 옆의 어린 아이를 발견하고는, 어린 아이부터 해치려 달려든다)
할퀴기
기준치:25/12/5
굴림:88
판정결과:실패
피해:5
작은 빙식체는 마치 당신의 화살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괴한 관절 소리를 내며 방향을 홱 꺾어 아이를 향해 도약합니다.
다행히 놈도 너무 서두른 탓일까요?
놈의 할퀴기는 아이의 머리 위 빈 공간을 허망하게 긁고 지나갑니다
눈밭에 깊게 파인 발톱 자국만이 놈의 살의를 증명합니다.
공격 순서: 라비헨 > 빙식체 1 > 소한 > 카일
라비헨:네 상대는 나라고! (빙식체를 도발하며 다시 조준한다)
쇠뇌(석궁)
기준치:60/30/12
굴림:1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피해:4
빙식체 1:
회피
기준치:25/12/5
굴림:95
판정결과:실패
당신이 쏜 화살은 도약하려던 빙식체의 어깨 관절을 관통하여 깊숙이 박힙니다.
놈의 기괴한 신음과 함께 푸른 파편이 튀어 오릅니다.
피해를 입은 놈이 중심을 잃고 눈밭 위를 한 바퀴 구릅니다.
빙식체 1:키아악! (아이를 막고 저를 공격하려 드는 라비헨을 목표로 수정하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할퀴기
기준치:25/12/5
굴림:59
판정결과:실패
피해:2
놈은 기괴하게 관절을 꺾으며 당신의 가슴팍을 향해 얼음 발톱을 내휘둘렀지만
부상당한 어깨 때문에 공격의 궤적이 크게 빗나갑니다
날카로운 발톱이 당신의 코트 깃만을 스치며 허공을 가릅니다.
소한:...! (네가 위험에 노출되기 직전인 광경을 보고는 인내심이 순식간에 바닥나, 도끼를 고쳐쥐고 달려든다)
벌목용 도끼
기준치:60/30/12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피해:11
빙식체 1:
회피
기준치:25/12/5
굴림:15
판정결과:보통 성공
소한의 손에 쥐인 벌목용 도끼가 벽난로 불빛보다 더 차갑고 예리한 궤적을 그리며
빙식체의 머리 위로 낙하합니다.
하지만 죽음의 위협을 느낀 빙식체 역시 초인적인 반사신경으로 몸을 틀어
곤경을 빠져나갑니다.
그럼에도 불하고 도끼날은 놈의 머리 대신 오른쪽 어깨와 옆구리로 찍혀 들어갑니다.
곧, 기괴한 비명을 지른 빙식체가 옆으로 풀썩 쓰러지고
피로 자욱이 물든 붉은 눈가루가 가볍게 솟았다 흩어집니다.
소한:하아... 후... (숨을 낮추고 다가와 네 어깨를 붙들며) 괜찮아, 라비? 안 다쳤어?\
라비헨:(긴장된 어깨를 내려놓으며) 하아... 난 괜찮아.
그보다 다친 사람들부터 챙겨줘.
소한:다행이네. 걱정했어. (까지 얘기하다가 울음 그친 어린 아이를 내려다본다) ... (어린 애 다뤄본 적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겠다)
카일:(어색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비틀거리며 일어서 다가온다) ... 감, 감사합니다. 도와줄 사람이 있는 줄 몰랐는데... 덕분에 살았어요.
(어린 아이 옆으로 다가가더니, 눈을 가리고 품에 안아올린다) ...이쪽은 제이미고 저는 카일입니다. 제이미? 감사 인사 해야지.
제이미:(여전히 동료가 죽었다는 공포에 질려 카일의 품에 고개를 묻고 얼굴을 숨긴다) ...
라비헨:'역시 어린 아이에겐 죽음이란 개념은 낯설겠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안녕, 제이미. 다친 데는 없어?
음... '이 사람은 아이 아버지인가?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모르겠다.'
카일:(아이를 안은 채로 시선을 아래로 돌려 죽어버린 동료를 바라본다) ...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막 도착한 분들께 드리기엔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와 제이미는 이곳에 오래 머물어서요. 아마... 빙식체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을 겁니다. 저희는 바로 떠날까 해요.
제이미도 이곳에서, 음... 더 있고 싶어하지 않고요.
라비헨:아... (씁쓸하게 웃으며) 아쉽네요.
산 사람을 보는 건 오랜만인데 이렇게 바로 헤어지다니.
카일:음... (어쩐지 말을 잇기가 어려워 라비헨의 손을 가볍게 끌어당겨 쥔다) 그래도 도와주신 데 대한 답례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빙식체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을 알려드릴 순 있습니다. 오래 걸으신 것 같은데 하루 정도는 쉬어가실 수 있을 거예요.
소한:...? (한쪽 눈썹을 올린다. 손은 왜 잡지?)
라비헨:(당겨진 손을 아예 악수해서 흔든다) 알려주시면 저희야 감사하죠. 방금 막 여기 도착한 참이었거든요.
카일:(반갑게 받아주는 당신을 보며 희미하게 웃고, 엄지 손가락으로 당신의 손등을 친교의 표시로 문지른다) 아, 그러시군요. 혹시 식량이 필요하진 않으신가요? 보존고도 저희가 하나 발견한 곳이 있는데, 음식이 워낙 많아서 다 챙기진 못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알려드리고 갈까요?
소한:(남자가 하는 양을 다 보고 있다가, 인상을 팍 구기고는 툭 끼어들어 손등을 떼어낸다) 제안은 고맙지만, 왜 그걸 내 거 만지면서 하지?
카일:ㅇ... 예...? (얼떨떨)
라비헨:(예상 밖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며) 소한...!
(빠르게 소한 앞을 가로막으며 어색하게 웃는다) 제 파트너가 오늘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요-
보존고도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죠!
카일:(당황) 아하하... 그, 그럴 수 있죠. 걱정 마세요, 기분 상하지 않았습니다.
소한:(제 앞을 가로막는 너를 보고는, 뒤에서 그대로 너를 푹 껴안으며 남자를 찌릿 노려본다. 얘는 내 거라고...!)
라비헨:(소곤소곤) 야...! 너 오늘따라 왜 이래?! 좋은 거 알려주시겠다는데.
(다시 카일을 향해 어색하게 웃으며) 아하하....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보답해드려야 좋을지...
물자는 저희도 부족해서 드릴 수 없는 게 아쉽네요.
혹시 필요한 정보라도 있으신가요? 저희는 적도로 가고 있는 중이라 이 근처에 머물 만한 곳은 거의 가 봤거든요.
카일:아... 그... 음... (희망적인 무언가를 물어보고 싶어도, 너무 불가능한 일인지라 가만히 시선을 낮춘다) ... 필요한 정보는 없습니다만... 혹시, 동행이 필요하진 않으실까요. 어린 아이도 있는데 하나 있던 파트너가 이리 되어서...
소한:(뭐야, 보자마자?! 대놓고 경계하는 표정)
카일:(소한의 경계 어린 눈빛에 소름을 삐쭉 세우며 횡설수설) 그... 이 마을 근처까지만요. 괴물이 너무 몰려오는 중인 것 같아서.
(원래는 진짜로 동행 요청하고 싶었지만, 저 표정을 보니 잘못 걸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 같다)
라비헨:아... '나랑 로만이 다니던 때를 보는 것 같다. 도와줘야겠어!'
(주먹을 양 쪽으로 불끈 쥐며 끄덕인다) 당연하죠! 힘든 시기에 서로 돕고 살아야죠! 다 같이 이동하면 적적하지 않고 분위기도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요.
(뒤를 돌아보며) 그렇지, 소한?
소한:... (입술 삐죽. 대놓고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 ...도와는 주겠는데, 손대지 마. (너를 꽉 끌어안고는 여전히 남자를 노려본다)
라비헨:...?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뒤에서 숨지 말고 통성명 해, 빨리.
소한:... (마음에 안 들어) 소한이다. 이쪽은 라비.
라비헨:(손으로 네 입을 막으며) 아하하- 보시다시피 제 파트너가 낯을 많이 가려요.
소한:(재빨리 조잘조잘) 낯을 가리는 게 아니라 네놈 자식이 내 거에 손을 ㄷ... 읍...
라비헨:(꾹- 틀어막은 채로) 뭐라고-? 같이 다닐 사람이 늘어서 좋다고??
그렇다네요-
소한:읍...! 읍...! (꺼져! 내 거야! 꺼지라고!)
라비헨: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카일 씨.
제이미도 안녕-
카일:(크게 별 생각 없이) 네, 잘 부탁드립니다. 라비 씨.
제이미:... (살살 눈치를 보다가) 안녕, 형아...
소한:(본인이 라비라고 가르쳐준 것도 잊고는, 남자가 너를 '라비'라고 부르자 인상을 존나 쓴다) 라. 비. 헨.
라비헨:가족처럼 생각하고 편하게 대해주세요.
(어린 제이미를 보며) '이런 상황에서도 땡깡부리지 않고 얌전하구나. 기특하네.' 제이미는 몇 살이야?
제이미:(잠시 고민하더니 고사리 손가락을 하나하나 꼭꼭 접어보며) 다섯... 하고, (다시 꼭꼭 펴며) 셋.
라비헨:그래-? 우리 제이미, 벌써 다 큰 어른이네- (쓰담쓰담)
제이미:(끄덕끄덕...) ...형아는 몇 살이야?
라비헨:(손가락으로 숫자를 보여주며) 나는 스물- 하고, 두 살이야.
제이미:스물...? (스물이 뭐지? 갸우뚱)
라비헨:스물은 뭐냐면-
(눈을 도르륵 굴리며) 음-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제이미 손가락이 몇 개야? 다섯 개지?
제이미:(끄덕끄덕)
라비헨:네 번 합친 만큼이 스물이야.
제이미:??? (갸우뚱...) 어려워요...
라비헨:(쓰담쓰담) 아직은 몰라도 괜찮아.
내가 보기에 제이미는 훌륭한 어른이 될 것 같은데?
제이미:...?? 그...래요? (말똥말똥)
라비헨:응. 형은 말이지- 미래를 볼 수 있거든.
제이미가 여기 카일 씨보다 더 훌쩍 커서 모두를 지켜주고 있던걸?
제이미:(눈을 반짝이며) 정말요?? 우와-
라비헨:그래, 어찌나 힘이 세졌는지- 괴물도 한 손으로 번쩍 들어올렸다니까?
제이미:(눈을 반짝이며 카일의 옷을 툭툭 당긴다) 카일! 카일! 나 엄청 커진대!
카일:(부드럽게 웃으며) 그러게, 기대해봐야겠는걸? (까지 말하고 라비헨을 슬금 본다. 아이를 잘 다루시네.)
(까지 생각하고는 라비헨을 여전히 끌어안고 있는 소한을 본다... 저 사람만 없었어도 말 좀 걸어봤을 텐데...)
라비헨:(검지를 들어올리며) 그런데 제이미, 주의할 게 있어. 미래는 바뀔 수도 있는 거라- 형이 본 것처럼 되려면, 식사할 때 투정부리지 않고 뭐든 골고루 먹는 사람이 되어야 해.
(새끼손가락을 내밀어주며) 그렇게 해주겠다고 형이랑 약속할래?
제이미:(잠시 고민하다가 꼬물꼬물 손을 내밀어 새끼 손가락을 맞댄다) 으응... 잘 먹을게요. (수줍수줍)
라비헨:(새끼손가락을 걸고 흔들거린다) 제이미는 정말 착한 아이구나. 카일 씨가 많이 자랑스러워하겠는데?
제이미:우웅...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고마워요, 예쁜 형아-
라비헨:제이미는 귀엽네- (볼을 조금 잡아당긴다)
제이미:우웅- (칭얼칭얼) 아파여-
소한:... (나를 완전히 잊어버렸는데...?) 라비. 그래서 어떡할 거야. 배웅까지만 하고 와?
라비헨:아이도 있는데 마을 근처까지 같이 가드려야지.
소한:... 네가 그러기로 결정했다면야.
(담백하게 말하고는 카일을 바라(노려)보며) ...식량고랑, 안전지대 위치는?
카일:(흠칫) 그... 이곳을 원래 다스리던 영주가 지내던 성이, 암벽 제일 높은 곳에 있습니다. 식량 보존고는 마을 북서쪽 구역 중앙에 있... (힐끔 눈치 봄) 고요...
제이미:?? (갸우뚱) 으응? 카일- 왜 우리 아빠 영주라고 불러? 이름이 영주야?
카일:(난감하게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가족 아닌 사람은 제이미 아버지를 그렇게 부르는 거야.
제이미:우웅... 왜? 왜?
카일:(;;) 그게 규칙이야.
(헛기침하며) ...그, 저희는 따로 챙길 건 없어서... 동료 시신만 묻어주고 바로 출발할까 하는데요.
별건 아니지만, (주머니를 뒤적여 열쇠 하나를 건네며) 이 영지 주인어른의 방 열쇱니다. 귀한 걸 찾으시거든 뭐든 챙겨가셔도 됩니다.
라비헨:아...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
정말 이 열쇠를 저희에게 주셔도 되는 건가요?
카일:음... 네. 살아남는 데 쓸모가 남은 물건은 거의 없으니까요. 제이미를 데리고 이곳에 다시 올지도 미지수고요.
편하게 쉬다 가세요.
라비헨:(조심스럽게 열쇠를 받으며 꾸벅인다) 감사합니다, 카일 씨.
(머뭇거리다가) ... 무슨 말로 위로가 될진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카일:(꾸벅...) 네, 말씀 감사합니다.
.
.
.
당신은 소한과 함께 도중에 만난 두 방랑자를
도시 바깥의 인근 안전한 곳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금 도시 안으로 들어옵니다.
소한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뚱한 표정으로
당신의 허리에 손을 감아넣고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네요.
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 심통이 난 거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일단 입구를 파려던 주점 앞에 도착하니
삽을 꺼내들고 눈을 파헤치기는 하네요.
라비헨:(어정쩡하게 같이 눈을 파내며 힐끔거린다) ... 소한, 화났어?
소한:...아니. 내가 화날 게 뭐가 있어. (뾰로통한 표정으로 되려 땅 파는 일에 집중한다)
라비헨:...
너 기분 안 좋은 거 다 티 나.
소한:... (뾰로통) 그 인간이 너 만졌잖아. 그것도 대놓고. (툴툴거리며 분노에 차 더 열심히 땅을 판다)
라비헨:...? 그거야 단순히 감사 표시로 한 거겠지.
소한:손 잡고 흔드는 것뿐만이 아니었잖아. 네 손등도 만졌다고. (인상을 구기며 푹푹 삽질한다)
라비헨:'얘 설마...' (미간을 찌푸리다가 슬금슬금 입꼬리를 올린다) 질투해?
그냥 스친 정도인데?
소한:(뚱한 표정으로 너를 힐끔 보았다가 얼굴을 붉히곤, 다시 열심히 땅을 판다) 그럼 질투 안 하게 생겼어? 넌 내 건데. (툴툴...)
라비헨:(허리를 굽혀 삽 손잡이부분에 손을 올려 그 위에 턱을 올리고 눈썹을 들어올린다) 그래서, 남이 나 만지는 게 싫어? 너만 만질 거라서?
소한:...
... 알면서 묻기는. (툴툴거리면서 고개를 살짝 돌린다)
라비헨:만지는 거에 벌써 맛들렸나봐. 허벅지를 그렇게 만져대더니.
소한:(조금 더 미간을 구기며 뺨을 물들인다) ... 그러게, 누가 예쁘래? (책임을 피하고 싶어 입술을 말아넣는다)
라비헨:흐음- '얘 쫌... 귀여운 것 같기도.' (눈을 가늘게 뜨며 보다가 마저 눈을 파낸다) 생각보다 질투심이 많네.
소한:... 너한테만이라고. (계속 툴툴거리면서도 눈을 깔끔하게 파낸다)
라비헨:(피식) 어차피 저 사람은 나한테 관심도 없었는데 뭐.
구해준 사람도 너고.
소한:(뾰로통) ...구해준 사람이 나인데 너랑만 얘기하고 손잡고 친한 척 군 것 자체가 너한테 관심 있었다는 뜻이라고. 바보 라비.
라비헨:네가 대놓고 경계해서 그런 거 아니야? 완전 무섭게 굴었던데.
친구끼리도 손은 잡는걸.
소한:(불만스러운 표정) ...
라비헨:(눈치없음) 그러고 보니, 카일 씨랑 제이미는 무사히 잘 가고 있으려나...
소한:...넌 내가 다른 사람이랑 손 잡고 그 사람이랑만 대화해도 기분 안 나쁘겠냐고.
라비헨:어? 내가 소통을 잘 못한다면 어쩔 수 없겠지.
어차피 그런다고 그 사람이랑도 뽀뽀할 것도 아니고. 밤에 안고 잘 것도 아니고. (생각x)
소한:(휙 고개를 돌려 땅이나 마저 판다) ...그건 그렇지. (어쩐지 찝찝한 대답을 들은 듯한 기분으로 마침내 바닥까지 파낸다)
라비헨:두 사람 언젠가 다시 만나면 좋겠네. 제이미를 보니까 옛날 생각이 났거든.
소한:... (말 없이 주점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간다) ...들어오기나 해. 술 챙긴다며.
라비헨:아, 그랬었지 참. (뒤따라 들어간다)
술 챙기라는 말과 함께 쌩하니 들어가는 소한의 뒷모습이
어쩐지 평소보다 더 무뚝뚝해 보입니다.
왜 저러는지 반응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당신은 일단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를 뒤따라갑니다.
주점 내부의 공기는 바깥만큼이나 차갑게 얼어붙어 있고
소한은 그 안에서 거친 손으로 술병부터 찾습니다.
먼지 쌓인 병들을 툭툭 치우는 소리가
고요한 주점에 날카롭게 울려 퍼집니다.
소한:('밤에 안고 잘 것도 아니다'라는 라비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맞는 말이고, 나만 이 관계를 특별하게 여기고 있는 것도 어렴풋이는 알지만 묘하게 서운하다. 라비 저건 아무 생각도 없겠지.)
(뒤를 돌아보며) 빙식체가 곧 올 테니 다는 못 챙겨. 두 병만 골라.
라비헨:(삐질...) '왜 저렇게 화가 난 거지? 내가 만져달라 한 것도 아닌데.' 알았어...
라비헨:
Spot Hidden Roll
기준치:55/27/11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소한의 눈치를 살피며
주점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소한의 주변만큼은 싸늘한 냉기가 한 겹 더 둘러진 기분이죠.
당신은 서둘러 이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할 겸,
이 주점에서 제일 값비싸 보이고 제일 귀해 보이는
술 두 병을 찾기 위해 선반을 훑습니다.
화려한 귀족들이 드나들었을 이 주점의 가장 깊숙한 곳,
잠금장치가 부서진 작은 찬장 안에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내는
술병들이 놓여 있습니다.
첫번째 병은, 블루 다이아몬드 코냑입니다.
병 자체가 정교하게 세공된 크리스털로 되어 있어,
등불빛을 받자마자 푸른 광채를 내뿜습니다.
농축된 액체는 짙은 갈색을 띠고, 마개 주변으로
달콤한 바닐라와 구운 견과류의 향이 새어 나오네요.
라비헨:
Appraise Roll
기준치:30/15/6
굴림:20
판정결과:보통 성공
이건...! 이건!!
당시 성 한 채 값과 맞먹었다는
전설의 술...!
라비헨:허어억....
소한! 이...이리와 봐!
소한:...? (너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오고는) 왜?
라비헨:(술병을 성물(?) 대하듯 귀하게 들어올려 보여준다) 이게 뭔지 알아?
소한:...? 술.
라비헨:그냥 술이 아니라고!
(침이 튀겨질 정도로 크게 중얼거린다) 이건 블루 다이아몬드 코냑이란 말이야! 엄청나게 비싼 거라고. 시골 사는 나도 알 정도의.
소한:(네 침 세례를 그대로 맞다가 닦아낸다) 으... 침 튀겨, 라비. 흥분했네.
라비헨:그게 중요한 게 아냐. 당연히 흥분하지!
이건 우리 같은 사람이 평생을 정당하게 일해도 못 먹을 술이란 말야.
(으쓱) 모르는 걸 보니 너도 이건 안 마셔본 거겠지. 나한테 감사하라고.
같이 나눠마시자!
소한:...? 밤에 술 파티 하자고?
라비헨:응.
안 돼?
마침 성 열쇠도 얻었겠다.
소한:음... (안 되려고 하려다가 네 눈망울을 보고는) ...안 될, 건 없지.
라비헨:영주님 방에서 이걸 마시는 거야... 그럼 우리는 그날 밤은 영주님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겠지? 흐흐...흐흐흐...
소한:...라비. 웃음 소리가 음흉해.
라비헨:자꾸 뭐라 하면 나만 마신다?!
소한:내가 언제 뭐라고 했다고. (툴툴)
같이 마시자. 이왕 기념인데.
라비헨:(히죽거리며 네 어깨에 팔을 두른다) 좋아! 벌써부터 오늘 밤이 기대되는데?
...가만. 근데 영주님은 누가 해? 둘이 될 순 없잖아.
소한:(갑자기 다가온 네가 어깨에 팔을 두르자 순식간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에 너를 주섬주섬 꼭 끌어안고 안긴다) ...라비 네가 해.
라비헨:(어리둥절...) '뭐야 갑자기? 이번엔 엄청 들러붙네. 화 풀린 건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풀렸으니 나쁠 거 없지.' 그럴까? 사실 나... 영주님이 된 기분을 정말 느껴보고 싶었어!
너는 뭐 하게?
시종?
소한:(슬금 다가가 입술에 쪽쪽거리며) 응. 시종.
라비헨:음... 시종이랑 영주랑 같이 술을 마실 수는 없지 않아?
소한:음...
그럼 기사.
호위?
라비헨:호위 좋다!
소한:(귀여워... 네 밝은 얼굴 봤다고 가슴이 또 금세 콩닥거려서는 눈도 살포시 감고 네 뺨에 쪽쪽거린다)
라비헨:(에어(?) 잔을 드는 척하며) 크흠...! 그대의 노고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아!
소한:(별안간 네 헛소리를 듣고는 어안이 벙벙하다가, 곧 피식 웃는다. 귀여워...) 그건 안전한 곳 가면 하고, 이거 한 병이면 돼? 두 병까진 괜찮은데.
라비헨:하나는 네가 찾는 건가 했어. 내가 찾아? 여기 비싸보이는 게 많긴 해.
소한:흠... (주변을 둘러보며) 그럼 난 이거.
(묵직한 검은 유리병에 금실로 문장이 수놓아진 가죽이 덧대진 병을 들어올린다)
라비헨:
Spot Hidden Roll
기준치:55/27/11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도수가 워낙 높아 웬만한 추위에도 결코 얼지 않는,
방랑자들에게는 생명수와도 같은 술입니다.
설탕이 귀했던 시절부터 가장 귀한 보존식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여행 중에 필요하리라 생각되어서 소한이 이걸 고른 것 같네요.
술 이름은 '임페리얼 로열 럼'입니다.
라비헨:(무슨 술에서 빛이라도 나는 것마냥 한 손으로 시야를 가리며 눈부셔한다) 으윽! 이, 이건....! 이, 임페리얼 로열 럼??!
소한:...?
라비헨:이것도 엄청나게 귀한 거잖아!
소한:...라비. 술꾼. 주정뱅이. 속물.
라비헨:(툴툴) 내가 뭐. 사실이잖아. 비싸고 귀한 거라는 건.
소한:어쨌든 맞잖아. (볼 쪼물쪼물)
챙겼으면 나가자. 빙식체들이 이쪽으로 계속 몰려올 가능성이 있으니, 나가서 안전한 곳에서 곯아떨어지자고.
라비헨:그래. 빙식체들에게 내 소중한 술을 빼앗길 수는 없으니까...(술병을 꼬옥 안는다)
소한:... (나도 저렇게 꼭 안아준 적 없으면서. 됐다.) ...그래. 가자. (네 품에서 술병을 뺏어들고 배낭에 슥슥 밀어넣은 뒤 짊어진다)
당신은 소한의 배낭 안에서 달그락거리는 술병 소리를 들으며
소한을 조르르 따라갑니다.
소한은 성이 외곽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먼저 마을 북서쪽 중앙 구역으로 향합니다.
카일이 이야기하기로, 식량 보존고가 있다는 곳이네요.
상업 지구와는 달리 이곳은 거대한 돌 창고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역입니다.
한때 마을 사람들의 1년 치 양식을 책임졌을 그랑 세이프(Grand Safe) 식량 보존고가 보입니다.
두꺼운 철제 문에는 고드름이 고대의 문양처럼 얼어붙어 있고,
주변에는 빙식체들이 지나간 듯한 기괴한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소한은 머스킷 총의 공이치기를 젖히며 주위를 살핍니다.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이 정적은,
무언가 거대한 것이 숨어있다는 신호처럼도 들리기 때문에요.
소한:(주변을 엄호하며) 밖은 내가 지킬 테니까 안에서 식량 챙겨와. 상하지 않고, 말려진 식량을 제일 우선으로.
라비헨:'분위기 되게 살벌하네...' (끄덕) 최대한 빨리 챙겨서 나올게.
소한:응, 조심하고. (배낭을 툭 내려놓고는 네가 들어가는 장면을 바라보다가 곧 정면을 지키고 선다)
당신은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보존고 내부로 들어섭니다.
내부는 바깥의 눈부신 설원과는 대조적으로 짙은 어둠과 눅눅한 냉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지해 살펴본 내부는
마치 거대한 얼음 동굴과도 같군요.
천장에는 거대한 고기 덩어리들이 갈고리에 걸린 채 화석처럼 굳어 있고,
벽면을 따라 세워진 선반에는 수천 개의 상자와 병들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습니다.
다행히 빙식체들이 안으로 들이닥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서리가 속눈썹에 달라붙어 시야를 방해하는군요.
자, 서둘러 식량을 뒤져봅시다.
라비헨:
Scavenge Roll
기준치:60/30/12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당신은 선반 위에서 뽀얗게 서리가 내려앉은 나무 상자들을
차례로 열어젖히기 시작합니다.
소한이 얘기했던 '말린 것, 상하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제법 많은 식재료들이 눈에 띕니다.
단단하게 말려져 돌덩이처럼 딱딱하지만, 겉면의 기름기가 여전히 살아 있는 최상급 훈제 햄.
사과와 살구를 설탕에 고아 말린 건조 과일 뭉치.
버터와 밀가루를 섞어 구운 뒤 압축한 것으로 보이는, 곡물 비스킷.
모두 이 가혹한 빙하기에서 좋은 열량원이 되는 것들입니다.
당신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배낭이 묵직해질 정도로만 식량들을 채워 넣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얼마나 채우고 있을까요,
선반 구석 가장 화려한 인장이 찍힌 작은 상자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라비헨:저건... 딱 봐도 귀해 보이는 상자인걸? 영주님 전용 밥인가? (상자로 쪼르르 달려가 열어본다)
상자를 열어보면 안에는 은박지에 정성스럽게 싸인
고급 잎차와 설탕 벽돌, 그리고 말린 담뱃잎이 들어 있습니다.
오... 정말로 귀하신 분들이 쓰던 물건인가 보군요.
라비헨:소한이 차를 좋아하던가? 흠... 담배도 안 피는 것 같던데.
일단 다 챙겨가서 소한이 안 받으면 버려야지. (꾸깃꾸깃 다 챙긴다)
은박지에 싸인 설탕 벽돌과 잎차, 그리고 묵직한 담뱃잎 뭉치도
배낭 구석구석 밀어넣고 나자 배낭이 빵빵해집니다.
이 가혹한 빙하기에 이런 사치품이라니.
생존에만 집중하는 소한이 반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두고 가기엔 뭣하니 가져가봅시다.
배낭의 무게는 아까보다 두 배는 무겁지만 마음만은 가볍습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상자를 닫고 일어서 밖으로 나오면
소한이 문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도로 배낭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소한:마침 잘 나왔네. 놈들이 몰려오고 있어. 가자.
라비헨:벌써? 하아- 왜 저렇게 빠른 건지. (잡으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손을 내민다)
소한:(내밀어진 손을 잠시 바라보면서 살짝 심장이 철렁했다가, 이내 꽉 맞잡고 발걸음을 뗀다. 미치겠네, 왜 이렇게 두근거려...) 이쪽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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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의 성으로 향하는 길은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따라 이어져 있어,
두 사람은 혹여 떨어지기라도 할까 딱 붙어 이동합니다.
무너진 상업 지구의 잔해를 지나
도시 북쪽 끝에 솟아오른 거대한 암벽 계탄에 발을 들이면
이 지역을 다스리던 영주가 머물렀던 아이젠 성은
마치 거대한 얼음 가시처럼 하늘을 찌르며 솟아 있습니다.
분명 이전 시대에서는 화려하게 보여졌을 난간의 조각상들이
지금은 두꺼운 얼음옷을 입고 기괴한 형상을 띄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암벽 사이로 울리는 소리가 마치
성을 지키는 유령들의 통곡 소리처럼 들립니다.
소한은 지도와 주변 지형을 번갈아 살피며
가장 견고한 길을 골라 당신을 이끕니다.
요새화 되어 있는 성이어서 그런지 빙식체의 습격을 막기엔 최적이지만
그만큼 오르기 까다롭기도 하네요.
소한:(네 허리를 반쯤 끌어당기고는 지탱하며) 성까지 가면 한동안 푹 쉬자. 웬만한 놈들 얼씬도 못할 테니까.
라비헨:헥...헥... 진짜 저 괴물들이 못 올까? 일단 인간인 나는 힘들어.
소한:...술 먹고 꼴아서 숙취로 고생해도 3일은 괜찮을 것 같은 위치긴 해.
라비헨:... 그거 어째... (헥...) 찔리는데.
왜 날 보면서 말하는 거야?
소한:...성 안에도 술은 있을 것 같아서.
(숨 엄청 벅찬가 보네...) 잠깐 쉬어갈까, 라비?
라비헨:으으으- 짐이 너무 무거워-
없으면 척척 올라갈 수 있었을텐데...
소한:흠... (잠깐 고민하다가 네 배낭을 슥 빼내, 제 가슴팍쪽에 맨다) 이러면?
라비헨:갑자기 엄청나게 가볍다. 날 수도 있을 것 같아.
근데 이러면 네가 두 배로 고생하잖아
소한:괜찮아, 거의 다 왔는데. (그렇게 말하고는 너를 암벽 안쪽으로 붙이고 마저 걷는다) 도착하면 뽀뽀나 해줘, 그럼.
라비헨:정말 그거면 돼? 부족할 것 같은데.
아! 내가 아까 창고에서 너 줄 거 챙겼어. 이따 보여줄게.
소한:음? 응, 그래. (네가 괜히 걱정할까봐 머리를 툭 쓰다듬고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식량이 많긴 많았나보네. 무겁다)
라비헨:(몸이 가벼워져서 먼저 앞장 서서 네 손을 당긴다) 힘을 내, 소한. 거의 다 왔어!
소한:(귀여워... 얼굴 하관을 가린 두건을 조금 더 둘러쓰고는, 그 아래로 가느다랗게 웃는다) 응, 라비.
수직에 가까운 암벽 계단을 다 오르자,
거대한 철제 격자문(Portcullis)이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바깥의 눈보라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묵직한 침묵을 품고 있습니다.
무겁게 짐을 든 소한을 대신해 성문의 육중한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끼이이익- 금속음이 비명 지르는 소리가 광활한 성 안뜰로 울려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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