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얼어붙은 강물
황금 개울 마을의 온기를 뒤로 하고 동토로 나와
적도를 향해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한 지 일주일 째입니다.
지열의 축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당신들의 앞에 놓인 것은 끝도 없는 얼어붙은 땅이네요.
한동안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어서였는지
다시 만난 추위는 더욱 냉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얼굴로 찬 바람이 스칠 때마다 솜털까지 얼어붙고
그에 따라 피부 곳곳이 따끔거리듯 아려옵니다.
당신들은 적도로 향하는 지름길인 계곡을 따라 이동하다가
청명하다 못해 시퍼런 빛이 감도는
꽁꽁 얼어붙은 강줄기 앞에서 멈춥니다.



미끄러움과 눈보라가 몰아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5시간은 걸어야 할 거야.

썰매가 있다면 모를까.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69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근처에 다리가 있는지 살피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하지만 강의 곡률이 높아서인지 제대로 보이지 않네요.
소한도 당신을 따라 주변을 살펴보지만
딱히 무언가를 발견하지는 못했는지 안색이 안 좋아집니다.


당신들은 강줄기의 흐름을 따라 뽀드득거리는 눈길을 밟으며
하염없이 걷기 시작합니다.
강물은 겉보기엔 단단한 수정처럼 얼어붙어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선 여전히 차가운 생명력이 요동치고 있음을 암시하듯
이따금 '둥- 둥-' 하는 기묘한 얼음 울림 소리가 들려옵니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강변은 체력 소모가 극심합니다.
얼굴을 때리는 칼바람에 눈을 제대로 뜨기조차 힘겹고,
눈앞의 풍경은 온통 시린 파란색과 무채색의 눈뿐이라
거리감조차 상실될 지경입니다.
그렇게 묵묵하게 1시간 쯤 걸었을까요.
소한은 강의 흐름을 거슬러 상류로 향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다리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소한의 걸음걸이가 조금씩 무거워집니다.
수시로 지도를 확인하며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아하니
신호가 그닥 좋지 않습니다.


일단 여긴 바람이 많이 불어서 체력 소모가 심하니, 이쯤에서 적당히 야영할까.

소한은 잠시 강 한복판을 유심히 살피더니,
강가 근처에 비스듬히 누운 거대한 고사목 한 그루를 가리킵니다.
바람을 등지고 있어 그나마 눈이 덜 쌓인 곳입니다.
당신은 소한과 함께 그곳으로 다가가
천천히 배낭을 내려놓고 야영 준비를 합니다.
아직 시간은 낮인지라, 밤만큼 춥지는 않지만
체력을 생각하면 이쯤 야영하는 선택이 옳긴 합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바람 소리가 거칠지만, 근처에 빙식체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안전 구간인가 보군요.
하긴, 어떤 미친 사람이 바람 쌩쌩 부는 강변까지 오겠어요.
체온을 감지해 이동하는 녀석들인만큼,
이곳에 올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문제는 여기 있는 우리도 그닥 안전하지 않다는 거지.







소한은 당신에게 툭 던지듯 얘기하고는
배낭에서 삽을 꺼내 익숙하게 굴을 파기 시작합니다.
당신도 대화를 멈추고 삽으로 바닥을 파기 시작하면
이제는 당신에게도 이 행위가 익숙해진 덕인지
하룻밤 자고 갈 공간이 금세 생겨나네요.
익숙하게 탁, 탁, 금속 맞물리는 소리를 듣고
소한이 밖으로 나오고 나면,
아직 잠을 청하기엔 너무도 이른 시각입니다.
게다가 슬슬 배도 고프네요.
배고픔을 어찌나 기막히게 알아차리는지
당신의 배에서 작은 꼬르륵 소리가 들려옵니다.

(거의 5일 동안 육포만 먹어서 내밀기 좀 그렇긴 함)

바람 때문에 사냥을 하긴 어렵겠고... 방법은 하나밖에 없네.


그래서 매번 바싹 익혀서 먹곤 했지.

아, 홍심석도 챙겨서.
(그러고선 가방 가장 안쪽에 넣어둔 물통과 소금을 챙긴다)

... 홍심석은 슬슬 네가 가져도 되지 않아? 귀하고 비싼 거라며.
나보다 추위도 잘 타는 것 같은데.

(그리고 또... 잠시 배낭 안을 뒤적거리다가 철통으로 된 냄비도 꺼낸다)

당신은 소한이 꺼낸 각양각색의 물건들을 보며 의아해하다가
별 생각 없이 소한을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
얼음을 깰 만한 도구를 딱히 챙겨가지는 않는 듯한데,
무슨 생각인 걸까요.
뭐, 다 생각이 있겠지만...
강변을 벗어나 강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얼음은 더욱 투명하고 짙은 시퍼런 빛을 띱니다.
발밑으로 수 미터 아래의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여,
마치 허공을 걷는 듯한 아찔한 착각이 듭니다.
어느샌가 손목에 함께 둘러둔 밧줄이
눈보라를 따라 작게 허공에서 흔들립니다.
소한은 그렇게 조금 더 안쪽으로 걷다가
주위를 살피며 물고기가 많은지 확인하고는,
멈춰섭니다.




소한은 당신의 미심쩍어하는 표정도 무시한 채
들고온 냄비를 얼음 바닥에 내려놓고
그 안에 물을 채운 뒤, 그 귀한 소금도 척척 뿌립니다.
...
소금물 만드는 게 목적이었나? 물고기는 어쩌고?
라는 생각이 들 찰나,
소한이 잠시 고민하더니 냄비면 아래쪽에 가볍게 물을 바르고는,
품에 잠시 넣어두었던 홍심석을 꺼내 냄비에 풍덩 쳐넣습니다.
당신이 황당하다는 듯 입을 벌리고 소한을 쳐다보던 그 찰나,
차가운 소금물에 닿은 홍심석은 마치 굶주린 짐승처럼
물의 에너지를 집어삼키며 격렬하게 불꽃을 튀깁니다.
'치이이이익—!'
고막을 찢는 듯한 소음과 함께,
냄비에 들어있던 투명한 물이
순식간에 우윳빛으로 변하며 요동칩니다.
냄비 안에서 뿜어져 나온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순식간에 두 사람의 시야를 가려버립니다.
영하의 공기와 만나 응축된 흰 안개는
마치 거대한 구름이 강 한가운데 내려앉은 것처럼 몽환적이고도 위협적인 광경을 연출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격렬한 화학반응에 의한 열을 견디지 못한 강 표면의 얼음이
세차게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시퍼런 빛을 띠던 단단한 얼음층이 냄비 바닥면을 따라
'콰드득'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고,
냄비 아랫면에서도 수증기 뿜어지는 정도가
갈수록 세차집니다.
'우우웅— 콰앙!'
마치 강 전체가 신음하는 듯한 묵직한 울림과 함께,
열기를 이기지 못한 얼음이 수직으로 뚫리며
겨우, 몇 센티미터만의 간격만 남습니다.


당신이 뒷걸음질 치자마자 고작 냄비의 무게조차 견디지 못한
얼음이 콰직! 소리를 내며 뻥 뚫립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6 |
| 판정결과: | 실패 |
소한은 얼음이 완전히 뚫리기 전에 가까스로 냄비를 얼음에서 떼어내고
가뿐히 몸을 들어올리고는,
지글지글 끓어대는 냄비를 기울여
남은 물을 밖으로 따라냅니다.
그때, 발열하던 홍심석이 남은 물을 따라
실수로 다른 얼음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순간적으로 얼음판 위에 떨어진 홍심석은 마치 뜨겁게 달궈진 인장처럼
얼음을 파고들며 '치이이익—!' 소름 끼치는 굉음을 내뿜습니다.
불타오르는 광석을 손에 쥔 소한의 장갑 끝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가죽이 타들어가는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소한은 얼른 장갑을 벗어 던집니다.
겉면의 가죽은 이미 홍심석의 고열에 눌어붙어 너덜너덜해졌지만,
다행히 안쪽에 덧댄 장갑 덕분에 손바닥이 직접 데이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는 붉게 달아오른 손가락 마디를 찬 공기에 식히며 거친 숨을 내뱉습니다.

(여전히 뜨겁게 불타는 냄비를 집어들었다가, 천천히 식히고 옆으로 밀어둔다) 물고기들 입장에선 갑자기 하늘에서 따뜻한 온천수가 내려온 격일 테니까 금방 모일 거야.


물 닿으면 반응해.

손은 괜찮은 거 맞아?

빨리 낚시 하자, 고생한 값 해야지. 저녁에 생선 많이 먹자고.

소한의 말이 틀리지 않았던 모양인지,
아래로 뻥 뚫린 구멍 아래로
차가운 수온에 지쳐있던 은빛 산천어들이 따뜻한 물줄기를 찾아
정신없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은색 비늘들이 수증기 속에서 번뜩이며 춤을 추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네요.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부랴부랴 챙겨온 낚싯줄에 바늘을 연결하고는
소한이 내미는 육포를 잘게 찢어 걸고는 아래로 밀어넣습니다.
육포 조각이 따뜻한 물결에 흔들리자마자,
수면 아래서 번뜩이던 은빛 그림자들이 서로 먼저 먹으려는 듯
거칠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당신의 손가락 끝에 타탁! 반응이 옵니다.
조금 더 간을 보려고 기다리면,
그리고는 곧 찌이익! 줄이 묵직하게 빨려 들어갑니다.
꽤나 힘이 좋은 녀석인가보네요.
당신은 낚싯줄을 힘껏 잡아챕니다.
수증기를 가르며 은빛 생명체가 허공으로 솟구칩니다.
파닥거리는 물고기의 몸짓에 차가운 강물이 살짝 튀었지만,
승리감에 취해 입가에 함박웃음이 지어집니다.
크다...!

(뿌듯하게 웃으며 잡은 물고기를 옆에다 두고 다시 미끼를 건다)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펄떡펄떡!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튼실한 놈이 걸립니다.
한동안 이 강 내부의 생태계에서 잠들었다가 먹기만 반복했을 놈들이니
살이 올라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하지만, 신이 나는 것도 당연하네요.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2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실패 |
그렇게 큼직한 놈들을 네 마리 잡고, 찌끄레기 같은 한 마리도 잡자
챙겨온 육포는 금방 동이 납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소한더러 넉넉히 챙기자고 할 걸 그랬나요.
그래도 큰 놈들은 제법 크기가 커서
한 마리면 두 명이서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네.
(으쓱) 어때. 내 낚시 실력이? 너보다 잘하지?


크기를 봐. 장난 아니잖아.

(괜히 기분이 이상해서 먼저 생선을 안고 강변으로 툭툭 걸어간다) 빨리 와.

쫌 기다려주지, 진짜 정 없게...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이 시퍼런 얼음판 위로 길게 늘어집니다.
당신은 종종걸음으로 소한을 뒤따라 걸으며
강변까지 안전하게 도착합니다.
소한이 돌려준 홍심석은 여전히 기분 좋게 따뜻합니다.
이 녀석이 그리 위험하고도 대단한 녀석일 줄 몰랐는데 말이죠.
강변의 고사목 아래,
소한은 재빠르게 모닥불을 피워내고
그 위로 손질한 산천어를 노릇노릇 익힙니다.
소금이 적당히 배어든 생선 살이 불길에 닿자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고소한 냄새를 풍깁니다.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이게 대체 얼마만의 생선이람?
빙하기가 오고 나서는 꿈도 못 꿨던 것입니다.



...낚시하느라 고생했어.

(눈을 반쯤 내리깔며) ... 그래도 네가 아니었으면 낚시도 못했을 거야.
(주먹 쥔 손을 내밀며 씩 웃는다) 너도 고생했어, 소한.

타닥, 타닥.
모닥불 뒤로 모락모락 짭짤한 냄새가 퍼집니다.
소한은 이윽고 가장 크고 잘 익은 생선 한 마리를 꼬치째 당신에게 내밉니다.
겉면이 바삭할 정도로 익은 모양새가
무척이나 군침 돋네요.

당신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선 살을 크게 한 점 베어 뭅니다.
비린내 하나 없이 담백하고 기름진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온몸의 피로가 싹 씻어나가는 느낌이네요.
게다가 혀끝을 타고 뇌리까지 짜릿한 온기란
가히 천상의 맛 같습니다.
기름진 육즙은 며칠간 메말랐던 당신의 미각을 깨우고,
씹을수록 담백하게 감기는 흰 살점은 사탕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리는군요.
당신은 뜨거움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쉼 없이 생선을 입으로 가져갑니다.
소한은 당신이 가시를 발라내느라 낑낑대는 모습을 보다가,
자신의 몫을 먹는 대신, 당신의 생선 꼬치를 대신 들고는
말없이 칼으로 두툼한 살점만을 툭 발라 당신의 앞접시에 놓아줍니다.


...?
(입에 생선살을 문 채) 뭐야?



천천히 좀 먹어. 괜한 걱정 시키지 말고.
(그렇게 말하고는, 네게 물병을 건네준다)

나한테 뭐 잘못했어?




(진짜 뭔 소리냐는 듯 눈썹을 찌푸리고 쳐다본다) 스스로 친절하다고 말해도 돼?


(슬쩍) 네가 인간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은 했으니 어느 정도 동의할게.


하아... 고생해서 잡은 거라 그런가? 생선에 소금 뿌린 게 다인데 왜 이렇게 맛있지?
물론 고생은 맨날 하는 거긴 하지만.





노을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계곡이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자,
모닥불은 더욱 선명하게 타오릅니다.
다 먹고 남은 생선 뼈가 구석에 하나둘 쌓여가고,
따뜻한 열기와 배부른 포만감이 만나
당신의 눈꺼풀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합니다.
식사가 얼추 끝나자 소한은 당신이 눈꺼풀을 깜빡거리는 것을 보다가
먼저 일어나 당신의 몸을 일으킵니다.


(도리도리) 같이 정리해야지.

빙식체가 접근하는 소리 들리면 그때 나와서 알려줘.

(하-품) ... 그럼 나 먼저 들어갈게.

당신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굴 안으로 기어 들어갑니다.
등 뒤로는 숫돌에 칼을 가는 '스윽, 스윽' 소리가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규칙적으로 들려오네요.
텐트 내부는 좁지만, 소한이 미리 깔아둔 두툼한 침낭과
낮에 받아온 온기가 살짝 남아 있어
아늑하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눈 속에 파묻혀 사는 것도
이제 익숙한 일이네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바깥 너머로 소한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생선 살을 저미는 칼날 소리, 가끔 장작을 툭툭 던져 넣는 소리,
그리고 그의 나직한 헛기침 소리까지.
빙식체의 기척은 들리지 않지만,
소한이 밖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안정감을 줍니다.
눈꺼풀이 추를 단 것처럼 무거워집니다.

(항상 옆에 사람을 끼고 잤던 탓인지 허전한 느낌이 들어 모포를 둘둘 말아 꼭 끌어안는다)
당신은 소한에게 빙식체의 소리가 들리면 알려주겠다고 장담했지만,
홍심석의 잔잔한 열기와 배부른 포만감은 당신의 의지를 무참히 꺾어놓습니다.
당신의 의식은 이제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설마하니, 오래 잠들지는 않겠죠.
당신이 그렇게 무의식의 심연 속을 부유하고 있으면,
시간이 조금 지났다 싶은 순간,
발치로 차가운 공기가 훅 들어섭니다.
그 강렬함에 놀라 조금 눈을 뜨면,
정리를 다 했는지 소한이 텐트 내부로 기어들어와
당신의 옆자리에 익숙하게 몸을 눕히고
유독 추웠던 건지 당신의 옆에 평소보다 조금 더
슬며시 붙네요.

(눈을 조금 비비며) 미안... 잠들어버렸네. 소리 들리면 말해주겠다 해놓고.






에휴- (네 쪽으로 몸을 돌려 몸을 붙여주고 웅얼거린다) 감기 걸리면 골치 아파지니까... 이번만 특별히 손난로 해줄게...
잘 자, 소한. (쿨쿨)

.
.
.
당신은 아득하게 들려오는 바람 스치는 소리에
살며시 잠에서 깹니다.
텐트 안은 여전히 암흑으로 가득하고,
소한은 밤 늦게 잠든 탓인지 아직까지 곤히 잠들어있네요.
...당신의 잠버릇이 오늘도 한몫했지만,
소한이 먼저 일어나지만 않으면 이제 아무렴 어떻나도 싶습니다.
꽉 안고 자도 모를 텐데.

'생각보다 추위를 타는 것 같던데... 나 혼자 나가면 추워하려나?'
'좀만 더 누워있자...' (자세를 안 풀고 마저 쿨쿨 잔다)
당신은 따뜻한 소한의 몸에 그대로 몸을 댄 채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얼마나 더 잤을까요.
이제 더는 못 잔다는 것처럼, 눈이 자연스럽게 떠집니다.
아침이 된 지도 제법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소한은 당신의 무게를 받아낸 채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습니다.

야, 소한.
(소한을 구속했던(?) 팔다리를 풀고 살짝 일어나 내려다본다) 이제 일어나야 해. 해가 중천이라고.


소한.
소한 - (볼을 콕콕 눌러본다)
당신은 그를 깨우려 볼을 콕콕 찔러보지만
그는 미간만 옅게 찌푸릴 뿐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합니다.
게다가 손끝에서 번지는 열기가 평소보다 조금 뜨겁습니다.

당신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짚어봅니다.
손바닥을 타고 은근한 미열이 전해집니다.
지독한 고열은 아닌 듯해 다행이지만,
혹독한 설원에서는 이 정도의 미열조차 치명적인 경고등이죠.
잠결에 열기를 느낀 소한이 몸을 움츠리며 당신 쪽으로 더 파고듭니다.
평소의 강인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열에 취해 본능적으로 온기를 찾는 모습이 낯섭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누워 모포를 소한의 몸에 빈틈없이 덮어준다.) 맨날 나더러 화상이니 뭐니 하더니...






오히려 더 살 수 있게 해주지.



강만이라도 건너서, 푹 쉬면 괜찮을 거야.

(지금 당장 강을 건너야만 한다는 걸 알아서 조용히 입을 다문다) ... 얼른 출발하자.

텐트 밖으로 나서는 순간, 시린 아침 공기가 폐부 깊숙이 박힙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소한이 왜 그토록 서둘러 떠나려 했는지 이해되는
간밤의 흔적이 시선에 조금 더 스치네요.
텐트 주변의 평화로운 백색 눈밭은 군데군데 헤집어져 있고,
커다란 덩치의 흰 늑대 두 마리가 구석에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습니다.
늑대들의 사체 주변에 소한의 신발 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고,
어쩐지 복부가 열려 있는 것을 보아하면,
그 와중에 필요한 건 다 챙긴 모양입니다.


(흘긋) ... '쟤 진짜 괜찮은 건가?'
추우면 손이라도 잡고 갈래?



두 사람은 어제 낚시를 했던 그 시퍼런 강 위로 다시 발을 내딛습니다.
5km의 직선로. 평소라면 씩씩하게 걸었을 소한이지만,
오늘따라 그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무겁습니다.
바람이 이따금 휘몰아치거나 하면
어깨가 조금 휘청일 정도네요.
열이 오르는 탓인지 그의 숨소리는 텐트 안에서보다 더 거칠어지고,
하얗게 뿜어져 나오는 입김은 갈수록 잦아집니다.
강 중앙으로 갈수록 바람을 막아줄 지형이 사라지자,
계곡풍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휘몰아칩니다.
그때, 강한 돌풍이 한 차례 당신들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 기준치: | 60/30/12 |
| 굴림: | 75, 72, 53 |
| +2: | 보통 성공 |
| +1: | 실패 |
| 0: | 실패 |
| -1: | 실패 |
| -2: | 실패 |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3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꾸역꾸역 앞서 걷던 소한의 몸이 바람을 못 이겨 뒤로 고꾸라집니다.
당신은 헐레벌떡 다가가 그의 몸을 머리로 들이받듯 밀어붙이며
간신히 지탱합니다.
미끄러운 빙판 위에서 발버둥 친 탓에 무릎이 얼음 바닥에 쾅 부딪혔지만,
아픔을 느낄 새도 없군요.


(걱정스런 얼굴로)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당신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소한을 바라보지만
이렇다 해줄 것이 없어 그를 따라 발걸음만 옮깁니다.
멀리 강 건너편의 거뭇한 둑이 아주 조금씩, 정말 느리게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강기슭에 뿌리를 내린 앙상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소한의 안색이 안심한 듯 아주 찰나 부드러워집니다.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3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소한은 툭툭 무너지려는 무릎을 거칠게 손으로 쥐어뜯으면서도
꿋꿋하게 앞으로 걸어나갑니다.
하지만 강둑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경사로는 눈이 쌓여
매우 미끄러워 보이는군요.
소한은 마지막에는 거의 기어오르다시피 해서 위로 올라가고는,
당신에게 손을 뻗어 당신의 몸 또한 위로 올려줍니다.
주변은 몸을 피할 수 있는 바위 틈새와 나무들이 제법 있네요.
강을 겨우 건너오자, 소한은 거칠게 상체까지 굽히며 기침을 토해냅니다.


(심란한 듯 숨을 내쉬고는 삽을 꺼낸다) ...조금만 기다려. 굴 팔테니까.



평소라면 그가 주도했을 야영 준비지만,
지금 이 시린 언덕 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건 당신뿐입니다.
당신은 배낭 옆에 묶어두었던 야전삽을 거칠게 뽑아 듭니다.
습기가 많은 강 주변이라서인지
눈이 제법 딱딱합니다.
그래도 파는 수밖에요.

| 기준치: | 55/27/11 |
| 굴림: | 5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야 토끼굴
바람이 휘몰아치는 바위 틈새, 당신은 이를 악물고 눈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얼어붙은 겉면은 딱딱하지만,
그 아래는 오히려 파내기 쉬운 부드러운 눈층이로군요.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고행길을 당신도 겪은지라
삽질 한 번에 어깨가 비명을 지르고,
아까 빙판에서 부딪힌 무릎이 욱신거리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잠들지 말라는 당신의 말에 힘겹게 눈을 깜빡이며 버티는 소한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당신의 삽질은 더 빨라집니다.
당신은 소한이 그랬고, 어깨 너머 바라봤던 것처럼
바람을 막아줄 바위를 벽 삼아
입구는 좁고 안쪽은 두 사람이 누울 만큼 널찍한 눈 굴을 파냅니다.
그리고 수평으로 파낸 굴에 텐트 천을 겹겹이 두르고 프레임을 연결해
얼어가는 손으로 모포를 꺼내 안에 툭 펼칩니다.
다 됐습니다.
이제 눕히기만 하면 되겠네요.

준비 다 했어. 얼른 들어가자.

(비틀거리며 일어나, 너를 따라간다)
당신은 비틀거리는 소한의 팔을 어깨에 걸치고
어찌저찌 간신히 텐트까지 데려가고는 내부에 밀어 넣습니다.
소한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 텐트 천 위로 쓰러지듯 눕습니다.
좁은 공간 덕분에 열기가 금방 굴 안을 채우기 시작하지만,
소한의 몸은 여전히 오한으로 덜덜 떨리네요.
당신은 마주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얼어붙은 장갑을 벗기고
모포를 두를 정신도 없어 보이는 그를 보다가
곱게 펼쳐 몸을 덮어줍니다.


빨리 너 데워줘야지. (손을 데워주려 두 손으로 열심히 주물거리다가) 하씨... 왜 이렇게 차가운 거야, 이 화상아.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 겉옷을 벗어 소한의 몸 위로 덮어주고는 손을 제 허리에 둘러준다) 진짜 "화상"이 누군데... 너, 내 체온이 높은 편인 걸 다행으로 여겨!
빨리 손난로처럼 쓰란 말야.


(꼭 안아주며) 죽으면 안 돼. 웃으니까 괜히 더 무섭잖아;;




야, 넌 이 상황에 농담이 나오냐?


... 잠들었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아... 걱정시키는 게 누군데.
(이를 깍 깨물며 몸을 더 붙인 채 소한의 손을 잡아준다) 내가 못 살아... 바보 멍청이 소한.
당신은 소한이 잠든 동안 조용히 체온을 나누며
그의 옆을 지킵니다.
다행히 소한은 몸 상태가 크게 나빠졌던 것은 아닌지
당신이 체온을 나누어주며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주자
열이 점차 내려가고 불편하던 호흡이 잠잠해지네요.
괜히 사람을 걱정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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